편운재로 강의하러 가기 전날 밤
아내가 신병으로 몸져누웠다.

 

어느 편을 선택해야 할지
한동안 R.프로스트 말처럼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그 말의 주인처럼
강연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안성으로 달리는 차창에
아내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아, 그렇구나!
강연약속은 한 달 전쯤의 일이지만
우리는 50년 전에
사랑을 약속했지.

 

참 오래전 선약.

 

그래, 나는
70세 시인으로 집을 나섰지만
20세 청년으로 귀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