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막혀 바람 한 점 들지 않아도 자꾸만
춥다는 아내, 방안에서 나무를 심는다. 구들장을
뜯어내고 천정을 뚫어 머지않아 반은 비어버릴
이 방을 가득채울거라고 온 겨울 지나면 붉어서
탐하고 말 열매를 맺을거라고 이따금 마른 입으로
되내인다.
물소리가 들린다.
밤의 아내가 물을 마신다. 온몸 비틀어 겨워낸
물관의 기억 되새긴다.
아내는 뿌리로 벽을 타고 잎으로 창을 넘고
이따금 잠든 내 이부자리까지 근접하지만
닿으면 이내 물러선다.
꽃을 피우지 않아도 된다는 폐경기의 첫 날처럼
나무의 살을 떼어 하나의 가지가 된다.

 

간간히 삐그덕대는 접합음
가부좌튼 나무 후두둑대며 한참을 떠는데
아내는 없다.

 

나는 말없이 마른 가지 잘라내며
움푹 패인 몸뚱이 속
어떤 면죄부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