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한 근을 샀다
하얀 목장갑 낀 정육점 여자의 손이
손에 익은 한 근의 무게를 베어 저울 위에 얹었다
주검의 一部를 받아 안은
저울바늘이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저울이
내게 물었다 인간들의 약속이란 고작
이 한 근의 무게가 모자란다고 보태거나 넘친다고 떼어내는 것?
맞아, 저쪽 봉우리에서 더 먼 저쪽 봉우리로
주먹만한 고깃덩어리들이 고단한 날개를 저어 날아가는 황혼녘
국거리 쇠고기 한 근 담아 들고
부스럭대는 비닐봉지 흔들며 늙은 어머니를 찾아가면
저울을 떨게 만든 이 한 뭉텅이 주검의 무게가
왜 이렇게 가벼운가 문득
저울대가 된 나의 팔이여
모든 것을 들어냈을 때 비로소 평안을 얻는
빈 저울의 침묵이여 나는 제로에서 출발한 커다란 고깃덩어리
주검을 다는 저울 위에 올라가 보고서야 겨우
제 몸뚱어리 무게를 아는 백 열근짜리
四肢 덜렁거리는 人肉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