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의 반만큼도
말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말의
성찬이나 말의 홍수 속에서 나는
오히려 말이 고팠다
고픈 말을 움켜쥐고 말의
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쉬운 말들과 놀고 싶어서 말의
공터를 한번 힐끗 본다
참말은 문득 예리한 혀끝으로
잘려나가고 씨가 된 말이
땅끝으로 날아다닌다

말이 꽃을 피운다면 기쁘리, 말이
길을 낸다면 웃으리, 말은
누구에겐들 業이 아니리

모든 말이 허망하여도 말의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냐
우리는 누구냐
쌓인 말의 나무 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