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벌여놓은 무책임한 아름다움이
철길 옆에 옷을 벗는다
청량리에서 회기로 나오는 지하철 1호선
발가벗겨지는 몸뚱아리에 핏줄이 선다
늘상 배경으로 덧칠되어 있던 흑백의 풍경에서
찢어지는 비명 소리


 

꽃!

 

꽃!

 

꽃!


 

이 기묘한 관음증의 현장을
혈기왕성한 유전자들은 기록해 줄 것이다
단단히 조여 왔던 상처들이 터질 것만 같다
왜 아름다움에는 한결같이 괴로운 틈이 이어지는가
지하철이 움직이고
쉽게 증언할 수 있는 현장은 그러나 빨리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