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하고 부르면
내 가슴 속에
붉은 풍금새 한마리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린다
풍금 뚜껑을 열자
건반이 하나도 없다
칠흑의 나무 궤짝에
나물 뜯던 부엌칼과
생솔 아궁이와 동화전자 주식회사
야근부에 찍던 목도장,
그 붉은 눈알이 떠 있다
언 걸레를 비틀던
굽은 손가락이
무너진 건반으로 쌓여 있다
누나 하고 부르면
내 가슴 속, 사방공사를 마친 겨울산에서
붉은 새 한마리
풍금을 이고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