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이
패륜일 수는 없다

 

나는 산악山岳과 같이 튼튼한 사내가 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으니
세상에 등재된 무수한 길 중의 하나였더라도
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마른 눈물의 흔적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게
생활의 한 방편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은 검정 개 한 마리와
종일 바람이 밀며 가는 물이나 보면서
나는 물가를 서성였다

 

때로는 집나간 애들 부르듯
쉰 목소리로
호오이 호이 새들을 부르기도 했다

 

물 속 버드나무 사이 어슴푸레한 빛 속으로
가창물오리 몇 점이
떠올랐다

 


 

 

시집<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들녘.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