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원하여도 곧 죽을 줄 알았다.
십여 일 여러 갈래의 사경을 헤매다가 살아나 있었다.
현기증이 심했다.
마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시체실 주위를 배회하거나 죽어가는 사람의 침대 옆에 가 죽어가는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긴 복도를 왔다갔다 하였다.
특별치료 병동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 놀러가곤 했다.
시체실로 직결된 후문 옆에 있었다.
중환자실 후문인 철문이 덜커덩 소릴 내이며 열리면 모두 후다닥 몰려 나가는 곳이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이었다.
한 아낙과 어린 것을 안은 여인이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나는 냉큼 손짓으로 인사하였다.
그들은 차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말벗이 되었다.
그인 살아나야만 한다고 하였고 오래된 저혈압인데 친구분들과 술추렴하다가 쓰러졌다.
산소호흡 마스크를 입에 댄 채 이틀이 지나며 산소호흡기 사용료는 한 시간에 오천 원이며
보증금은 삼만 원 들여놓았다며 팔려고 내놓은 판잣집이 팔리더라도 진료비 절반도 못 된다며,
살아나주기만 바란다고 하였다.
나는 그들을 만날 때마다 반겼다.
그들도 나를 그랬다.
십구 일 동안이나 의식 불명이 되었다가 살아난 사람도 있는데 뭘 그러냐고 큰소리 치면
그들은 그저 만면에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며칠이 지난 새벽녘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좁다란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어둠안 계단벽에 기대고 앉아 잠든 아낙이 낯익었다.
가망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이가 생존할 때까지 돈이 아무리 들어도
그이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어서는 안된다고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되풀이하여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