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실 뒤뜰에 노아의 방주 떠 있다

 
들어선다.


뒷굽 안쪽까지 젖은 구두는 벗어두고
벌써부터 구김살이 움켜쥔 넥타이는 풀어둔다.

없는 게 없다.
뻘건 국물엔 오늘 아침 잡았다는 소의 옆구리가 뜨고
붉은 화투패에선 화사한 꽃들이 피었다 진다.
환호성도 터진다
투망한 화투패로 한 두릅 싱싱한 지폐를 낚아 올리고
푸른 새벽이 와도 충혈된 눈은 감길 줄 모른다
기우뚱! 기울어진다
배가 세찬 풍랑을 만날 때마다
승객들은 기우는 쪽으로 쓰러져 불편한 새우잠이 든다

 
이제 나서야 한다
뒤엉킨 신발 속에서 용케 딱 맞는 구멍을 찾아내고
아직 하품이 덜 끝난 구두 속에 발을 쑤셔 넣는다
어디로 가는가?
몸무게라도 재듯 잠시 구두 속에 서 있으면
어느새 내 몸은 긴 돛대가 되어
255미리 배 두 척 끌고
또 어디로 힘겨운 출항을 하려는가?
허공을 떠가는 고인의 배 한 척,
상주는 발인을 걱정하는데 빗줄기는 굵어진다

 
다시 삶으로 회항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