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시퍼렇게 갈아

논두렁을 깎는다

풀에 묻힌 콩 대궁 조심하며

독뱀 튀어오르면 모가지

댕강 날릴 생각도 하다가

 

땀 훔치며

허리 펴니

 

풀향기가 사방을 에워싼다

 

몸 잘린

풀들이

향기롭다니!

 

내 핏속에 잠재되어 있는

잔인한 감각의 멱을 일순 따버리는

낫보다 시퍼렇게 날 선 풀향기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창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