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벼랑 끝에서 발꿈치를 들어도 톱날 선 서남쪽 수평선 가물거림과 바닷바람뿐이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이어도는

있다. 머릿속인지 가슴속인지 그 소재는 분명치 않지만, 우리 몸의 어딘가에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가지고 있다. 꿈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저마다의 얼굴을 자기가 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가까운 것보다 더 가까운 직접성은 보이지 않는다. 딸아

이는 는개에 젖은 숙소 숲길에 서려있던 금목서 진한 향기를 마라도 서남쪽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있는 이어도에서 우

리를 찾아온 꿈의 향기라 했다. 지상에서 소중한 한 계절을 더불어 지낸, 등겨만 한 등황색 꽃이 무너지면서 이승에 남긴 최

후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