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2
문득, 시베리아를 떠나 호주까지 날아가야 한다는
고니나 흑두루미 같은 새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도심의 거리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하루 종일 걷고 있는 거리의 군중을 보며
문득, 저 사람들은 언제쯤이나
시베리아를 떠나 호주로 갈 것인가가 궁금하다
늘 다투고 질시하던 눈빛도 없이
질서 있고 평화롭게 날아오르는 저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내 안의 새 한 마리가 궁금해졌다
나를 두고 이미 혼자서 날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어쩌면 반대편에서 늘 나를 불편하게 하던
지금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저 녀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가로수에서 떨어지던 이파리들의 미세한 떨림조차
내 안의 모든 실핏줄로 번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이 일고
목젖을 적시던 평화로운 커피가 역류하더니
생활하수처럼 썩은 수십 년 묵은 평화를 쏟아냈다
다 토했다 싶을 즈음 내 안의 어느 어두운 구석에서
찌꺼기처럼 남아 있던 새 한 마리가
젖은 날개를 털었다
---시집 『숲에 들다』(애지, 2008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