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시베리아를 떠나 호주까지 날아가야 한다는
 고니나 흑두루미 같은 새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도심의 거리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하루 종일 걷고 있는 거리의 군중을 보며
 문득, 저 사람들은 언제쯤이나
 시베리아를 떠나 호주로 갈 것인가가 궁금하다
 늘 다투고 질시하던 눈빛도 없이
 질서 있고 평화롭게 날아오르는 저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내 안의 새 한 마리가 궁금해졌다
 나를 두고 이미 혼자서 날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어쩌면 반대편에서 늘 나를 불편하게 하던
 지금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저 녀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가로수에서 떨어지던 이파리들의 미세한 떨림조차
 내 안의 모든 실핏줄로 번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이 일고
 목젖을 적시던 평화로운 커피가 역류하더니
 생활하수처럼 썩은 수십 년 묵은 평화를 쏟아냈다
 다 토했다 싶을 즈음 내 안의 어느 어두운 구석에서
 찌꺼기처럼 남아 있던 새 한 마리가
 젖은 날개를 털었다





---시집 『숲에 들다』(애지, 2008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