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노루귀는 흰색의 꽃을 피우기도 하고 분홍의 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절제와 격정의 농도를 스스로 조절하면서 자신만의 비밀의 방을 갖는다

흰색이 적멸을 눈앞에 둔 정신의 고지에서 발화하는 빛이라면
분홍의 꽃 속에는 천만 겹의 날갯짓과 망설임 그리고 감각의 떨림이 아로새겨져 있다

내가 당신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과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
이 상반된 두 열망이 이 봄, 내 안에 흰색과 분홍의 노루귀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