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오면
들판이든지 진흙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 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 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 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 같은 사랑 익어서
보름이고 한 달이 같이 잠들면
나는 햇볕 아래 풀 씨 같은 아이하나 얻겠네

먹고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내가진 부질없는 이름, 부질없는 조바심
흔들리는 의자, 아파트문과 ,복도마다 사용되는
다섯 개의 열쇠를 버리겠네
발은 수챗물에 담겨도 머리는 하늘을 향해
노래하겠네

슬픔이며 외로움이며를 말하지 않는
놀 아래 울음 남기고 죽는 노루는 아름답네
숫 노루 만나면 등성이서라도 새끼 배고
젖은 아랫도리 말리지 않고도
푸른 잎 속에 스스로 뼈를 묻는
산 노루 되어 나는 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