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산다는 서울에서
어젯밤 적잖이 마셨다 나는
지금 남쪽으로 내려간다

차 안에서 바라보니
해 넘어간 계룡산 언저리
불그스름한 술기운 아직 남았다

저 아래 동학사 있지
사철 부지런히 물 흐르는
골짜기 있지 단풍나무 아래

너하고 앉아 있던 자리
나뭇결 본뜬 시멘트 벤치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림들

덮는다 그만 저 산 어디쯤
흩어져 구절초로나 피어 있을
네가 가져가고 소식 없는 그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