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글*을 읽다가 밤을 지나친다.
새벽 나무들이 모든 修辭를 가져가 버릴 때!
때로 공기는 만져지는 것, 김현은
여성성에 무의식적으로 침잠해 왔다, 숲은
공기와 대립한다, 아니 공기가 풀과 나무를
팽팽하게 당겨서 숲속은 눈으로 고요하지만
귀로 밝은 우뢰를 퍼 담는다
사람의 육체와 정신은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앎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슬이 햇빛을 풀잎에 묻힌다
故 김현은, 게으른 나는, 두꺼운 책을 읽던 누군가
무릎 꿇고 마음을 들여다본다, 캄캄한, 편안하지 않는, 그 속을
짧은 生에는 욕망과 상승이 서로 입 벌리면서
지옥같이 엉켜 있다, 내가 으아리 꽃 근처서 사라졌다 해도
누가 으아리 꽃잎을 들춰볼건가
섬세함이 떠미는 한없는 떨림이
새벽에 꾼 이슬의 꿈을 햇빛과 이어준다

 

 

* 김현이 김지하의 시 「무화과」를 분석한 「속꽃 핀 열매의 꿈」에는 스스로를 여성성에
침잠하였으므로 몇몇 말들에 매달렸다는 고백과 이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책하는 귀절 혹은
앎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말을 무화과의 꽃없이 맺는 열매에 비교시키는 부분이 나온다.

 

 

修辭 [수사]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며서 보다 아름답고, 정연하게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