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도교수와 암스테르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커피 숍 왈츠의 큰 통유리문 저쪽에서 당신이
빛을 등에 지고서 천천히 인화되고 있었다.
내가 들어온 세계에 당신이 처음으로 나타난 거였다.
그것은 우연도 운명도 아니었지만,
암스테르담은 어떤 이에겐 소원을 뜻한다.
구청 직원이 서류를 들고 북구풍 건물을 지나간 것이나
가로수 그림자가 그물 친 담벼락, 그 푸른 투망 밑으로
당신이 지나갔던 것은 우연도 운명도 아닌,
단지 시간일 뿐이지만 디지털 시계 옆에서
음악이 다른 시간을 뽑아내는 것처럼,
당신이 지나간 뒤 물살을 만드는 어떤 그물에 걸려
나는 한참 동안 당신을 따라가다 왔다.
세계에 다른 시간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은
어느 축선에서 만난다 믿고 나는 돌아왔던 거다.
지도교수는 마그리트의 파이프에 다시 불을 넣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당신은 홍대 앞을 지나갔다.
암스테르담을 부르면 소원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미그리트 씨가 빨고 있던 파이프 연기가
세계를 못 빠져나가고 있을 때
렘브란트 미술관 앞, 늙은 개가 허리를 쭉 늘여뜨리면서
시간성을 연장한다. 권태를 잡아당기는 기지개;
술집으로 가는 다리 위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그친 음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