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랐다
그때의 기타소리가 십일 년이 지나서
현기등처럼 흔들리는 봄바람 같은
공명으로 다가 올 줄이야

세상의 바깥엔 빛이 있었고
그 중심의 자리엔 갑작스런 정전 같은
귓전의 쇳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 노래를 기억하지 못한다

한 사람의 응시는 나를 뚫고
푸른 곰핑이가 핀 벽지 위에
나의 안면을 판박이하였다.
나는 판박이 얼굴을 손톱으로 긁었다
다 자란 손톱사이로 피고들어
때 낀 그 날은 오래도록 빠지지 않았다

추억이란 마모되면
수만 년이 지난 어느 날 또 다른 이름,
어느 어두운 방이 방사사선이 들여다보이는 찰나의 화석
그때에도 누군가 쓸쓸한 웃음 지을까?
어쩌랴 그날은 지나갔다

이름을 갖지 못한 행성이 먼 훗날,
우주를 한 바퀴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든지 아니면
지구가 궤도를 이탈해
그 시간의 이름표를 찾아 가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