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까마중이 애기나팔꽃 며느리밑씻개
내 삶보다 환한 꽃 피어 차마 뽑아낼 수 없습니다
캄캄하게 누워 뒤척이다 일어난 자리 돌아보니
시 한편 드러누울 만합니다

철근쟁이 스물몇해 사람노릇 못하여
시가 될 말 한마디 챙기지 못했습니다
녹슨 쇠토막 갈고 닦아 서둘러 만든 말
세우고 엮어 시를 짓습니다

사는 일 느을 하루같이
새벽밥 먹고 나가 돌아오지 못한 내 목숨
대충 헤아려도 수천입니다
지금 나가면 또 한목숨 버려질 일
마음 급하여 비뚤어지고 어긋납니다

아 참, 노동이 마지막 남은 삶의 끈입니다
새벽밥 한그릇이 노동의 시작입니다
열어본 밥통에 밥이 없습니다
새벽밥 지어야겠습니다
짓던 시를 버립니다

개망초 까마중이 애기나팔꽃 며느리밑씻개
환한 꽃이나 우거지겠습니다

 

 
 

창작과비평 2006.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