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이 있는 것을 아름답게 한다
제 몸 지우는 달빛 아래 양을 파는 포장마차들
황학동, 적막한 잔치의 막을 내려야 아침은 오는가
늙은 가로수가 해 뜨는 쪽으로 이파리를 떨어 뜨릴 무렵
쓰레기차가 마지막 손님인 양 다녀 갈 것이다
곱창을 빌리러 온 할머니의 다리가 활처럼 굽었으나
그에게도 단단한 석회질의 기억은 있다
마음을 닫은 밤하늘이 한없이 열리는 날
나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사람일지 모른다
사라진다는 것은 살아서 닿지 못한 길과의 만남이다
한 테이블의 손님이 일어설 줄 모르므로
젊은 여주인은 달 위에 올라앉아 미끄럼을 탄다
금빛 귀고리를 돌며 별빛은 사위어 가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있는 것을 아름답게 한다

 

 

* 하현달 : 음력 22, 23일경 자정에 떠서 정오에 지는 달
* 마지막행은 보들레르 산문 <화장예찬>의 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