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群舞처럼 같은 각도로 고개를 숙이고 똑같이 흔들리고 있다. 손가락들이 먹을 것을 찾아 꼼지락거리는 벌레처럼

움직인다. 식욕을 다 채우기 전에는 앞자리에 앉은 예쁜 어린아이도, 불쑥 지나가는 걸인도 보지 못한다. 보지 않는다.

직접 만난 지 몇 년이 넘은 친구와 간혹 짧은 문자를 나누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도 모르고…… 무선으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죽기 전에 서로 몇 번은 만날 것이다. 현재 시간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오전 7시 24분. 지하철

에서 시집을 읽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지하철 칸마다 손가락들이 꿈틀대고 있다.

 

 

 

 

- 계간『예술가』2013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