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소들은 목덜미에
혹을 달고 있었다.
지독한 건기를 견디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무들은 혹 대신에
가시를 매달고 있었다. 내가 본
마사이마라의 나무들은 모두 아카시아였다.
어떤 아카시아는 휘파람을 불 줄 알았다.
사람들이 다 자는 오밤중에 홀로
휘파람을 부는 나무
마른 가시로 가시를 딱딱 부딪치며
휘파람을 부는 나무
새엄마가 들어오는 날 아홉 살 사촌 형은
우리 집 무화과나무 아래서 종일
휘파람을 불었다. 혹을 열매로
달고 있는 무화과나무가
넓은 손바닥으로 어루만져주었다.
작은아버지의 혹을
어루만져주었다. 혹독한 건기,
견뎌야 할 건기가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