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리스카 숲 속
새들의 삼거리에 이르렀다
새와 사람이 오래 전부터 만나온 곳인지
인기척에 금세 새들이 날아들었다
나는 청포도 몇 알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새 한 마리가 내 손에 내려앉는 순간
그 발톱의 감촉에 놀라
움찔, 포도알을 땅 위에 흩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나에게 다시 놀랐다
아, 이제까지 시인 노릇 헛했구나!
새에 대한 사랑과
새에 대한 무수한 노래,
내 몸은 순식간에 그 모든 걸 배반했다
가장 정직한 고백을 몸에게서 들었다
더운 피가 도는 짐승의 등을
이 손으로 쓰다듬어본 게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 손으로 대체 무얼 만지고 살아왔는지
손의 마지막 기억을 찾아
나는 사리스카 숲 속을 오래도록 헤매었다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