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꿈인지도 몰라

눈 덮인 산에 올라 나뭇짐을 꾸리던

새벽녘 밥 냄새에 횟배를 앓던

싸리꽃 어지럽던 고향

어쩌면 꿈인지도 몰라

너와 기약했던 세월,

반짝이는 저녁강에 이제 없는지도 몰라.

눈보라 몰아치는 바람소리 무섭던날

한 번 돌아보지 못하고 떠나온 고향

어쩌면 꿈인지도 몰라.

베란다에 앉아 빌딩숲 마주보며

언뜻언뜻 보이는 야산들

그 한줄기 초록빛에 휘둘려

아득해지는 마음.

어쩌면

초저녁 울 너머로 걸려 있던

별도,달도

다 지워졌는지 몰라.

 

 

박두규 시집   <당몰샘> 실천문학.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