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없는 여정이었다
누구도 행선지를 묻지 않는 것이 이곳의 불문율
사람들은 어딘가를 향해 떨리는 시동을 켠다

정지 없는 삶. 아무리 가속해도
지상의 최고 속도는 그 무엇도 추월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기증처럼 나이가 들고
지나가는 풍경 속에 그대가 있고
슬픔이 몇 번 우리를 공전하고 나면
우리가 잠시 경유한
이 낯선 행성에서의 기억도 휘발하리라

은행나무 빼곡히 앉아
검은 휘파람을 부는 13번 국도
어둠의 허리를 우회하면
잦은 급유에 지친 그대들에게만 보이는
환생 주유소에서 브레이크를 밟자
그러면 소음도 분진도 없을
다음 生에 도착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