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습지에 갔다.
수초 무성한, 깊은 곳에
잠이 없는
큰 메기가 살 것 같은 습지.
잿빛 왜가리가
탁한 물속을 보고 있다.
물이 흐르는 쪽으로
굽은 그림자, 외다리로 선 발목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것들은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
단단한 바닥이 된다.
마음속을 휘젓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슬픔만이
눈앞을 흐리게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