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김중식 시집 『황금빛 모서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