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발목이 젖는 줄도 모르고 당신은 먼 곳을 본다
저문 숲 쪽으로 시선이 출렁거리는걸 보니 그 숲에
당신이 몰래 풀어놓은 새가 그리운가 보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발목을 다친 새이므로
세상의 어떤 숲으로도 날아들지 못하는 새이므로
혀로 쓰디쓴 풍경이나 핥을 뿐
낙오가 우리의 풍요로움을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당신도 나도 불행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어둠에 잠겨 각자의 몸속에 있는 어둠을 다 게워내면서
당신은 당신의 나는 나의
내일을 그려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태양의 순결을 믿고 있으므로
새를 위하여 우리 곁에도 나무를 심어 숲을 키울 것이므로
그래, 가는 것이다 우리의 피는
아직 어둡지 않다 

 
 
 

 

 —《시와지역》 201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