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옷 벗을 때
더 벗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
나는 나에게서 느낀다
이것 아닌 다른 생으로 몸 바꾸는
환생을 꿈꾸는 오래된 배롱나무

탕으로 들어가는 굽은 몸들처럼
연못 둘레에
樹齡 三百年 百日紅 나무들
구부정하게 서 있다

만개한 8월 紫薇꽃
부채 바람 받는 쪽의 숯불처럼
나를 향해 점점 밝아지는데
저 화엄탕에 발가벗고 들어가
생을 바꿔가지고 나오고 싶다
불티 같은 꽃잎들 머리에 흠뻑 쓰고

나는 웃으리라, 서울서 벗들 오면
상처받은 사람이 세상을 단장한다
말하고, 그들이 돌아갈 땐
한번 더 뒤돌아보게 하여
저 바짝 藥오른 꽃들,
눈에 넣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