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강한 것들은 언젠가는 제풀에 무너지기 마련이지
무너져서 이렇게 너덜겅을 만들지
푸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돌무더기 길 내려가면서
쓸모없이 널브러진 욕망들의 단단한 부스러기
아가리 다물지 못하는 세상의 굳은 입들을 본다
무너져 버린 다음에도 저어 아래쪽에서
또 쌓아 솟구치려는 어둠의 덩어리들 내 어리석은 얼굴을 본다
한때는 앞서서 씩씩하게 나아가던 발걸음이
어느 사이에 맨 뒤로 쳐져 끌려가는 몰골이 되었다
서계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나를 위해 꽃피는 것은 봄에도 아무것 하나 없다
따순 햇살도 가뭄 끝 단비도 시원한 바람도
애써 나를 비켜가며 쏟아지거나 줄행랑을 친다
그대 그 고운 얼굴 알게 모르게 주름살이 패이더니
이리 팍팍한 세월로 사그라들어 고요하구나
돌무더기 너머 피어난 철쭉꽃밭 서럽게 아름다워
그대 힘차게 보였으나 속으로 연약했던 한 생애
살고 사라지는 일 순식간이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