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 고랭지

눈 덮인 비탈밭

배추들 간격 맞춰 선 채

꼿꼿하게 얼어붙었다

혹한에 내몰린 소년병들

동여맨 허리띠 한번

끄르지 못하고

동정인 채 죽어간다

몽정을 하는 걸까

썩어가는 표피 속에

더러 파랗게 귀두가

살아 있다

얼었다 녹았다

말라비틀어진 배추들

미라가 되어

몇겹 고통으로

제 몸을 두르고

또 두른다

 

 

 

 

 

시집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창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