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6
하루살이는 입이 없다.
속은 아예 비어 있으므로
가벼운 몸은 날아라, 초침처럼 짧은
생을 위하여.
물가에서 너를 낳은 네 어미는
겨우 하루 남짓 산 것이 생의 전부
너 또한 그럴 것이다, 죽음은
선명하게 예고되어 있으므로.
너는 불마저 두렵지 않다, 차라리
불꽃에 활활 몸을 태워 죽는 환희의,
사치한 꿈이 여름밤 불빛 주위를
저토록 난무하는 춤으로 채색하고 있다.
내 사랑,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요.
절망하는 시한부의 생이 미친듯이
허공을 날고 날아
이윽고 탈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하루살이, 너를 만든 잔혹한 이의 눈을
나는 꼭 한번 보고 싶다.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