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먹고

남은 복숭아나무의 마음을 어디다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마음일 때

 

하늘이 나를 어쩌지 못하고

복숭아 빛을 띠어가는 서쪽 하늘일 때

 

노을 쪽으로 길이 나면

많은 사람들은 밀물처럼

양떼들처럼 그곳으로 가리라

복숭아나무의 마음 쪽으로

 

봄, 복숭아꽃 뜬 마음이

땅에 꽉 ! 붙어 흘러온 곳

 

세월의 참한 그루터기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지.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