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의 계절이 다가와서 무엇을 좀 찾아볼까 하여
최두석 편 『80년대 대표시인선』--황지우를 읽다가
문득 3월초가 돼서야 컴컴한 복도 끝 우편함에서 찾은
그의 커다란 연하장---한 손에 씨앗을 움켜쥔
원숭이가 멀뚱한 눈망울로 나를 째려보고 있는---
생각이 났다
"사람에게 情이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날로날로 깊습니다 형"
폐허 광주의 거리에서
바람에 불려 떨어지는 신록의 잎사구에
오래오래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을
그를 생각한다
우리 사이에 부디 그놈의 情 있으라!

 

 

 


시집 <무늬> 문지.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