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컵이 앞에 있다
반쯤의 갈증과
반쯤의 출렁임으로 살아가는 일상
빈 컵에 찍힌 손가락의 지문이 보인다
삶의 지문은 얼머나 복잡한가
나는 복잡한 지문의 갈등이다
정갈한 흰 손수건으로 지문을 닦는다
빈 컵을 보면서
한 모금의 맑은 물을 생각한다
투명한 갈증이 바람처럼 고인다
티 없이 투명한 물 컵이
앞에 있다
나는 갈증이 바람만큼 가벼워진다
갈증에 시달리는 건
가여운 일이지만
누가
그랬다
함부로 마시면 무겁게 추락한다고

 

 

 

 

 

 

-[촌장 잘 있소]제17회 하이디하우스 시낭송회 기념시집 중, 윤강로 작품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