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묻는다
영취사 홍련을 보았느냐고
빈 뼈 토막 같은 연근 한마디를 구해 와 싹을 틔었더니
바람이 불 때마다 연잎에서도 향기가 난다며

 

절 한 귀퉁이를 돌 때
살짝 누군가의 옷깃을 스친 것도 같은데
내 발자국 앞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발자국이 있어
그 자리를 따라가는 것 같은데

 

지나간 발자국에서도 향기가 날까?

 

붉은 꽃도 지고 푸른 잎도 지고
흐린 물에는 탁발을 나가는 검은 발목뼈들

 

영취사 홍련을 보았느냐고
바람이 불 때마다 살강살강 찰강찰강
물 밖으로 걸어 나가는 젖은 발을 보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