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잡아준 터에
대한민국이 태어나고 마흔 몇 해
그동안 몇 십 년 동안 성조기 아래서
대통령도 서너 개 있었다 없었다 했다
하나는
제 나라에 살지 못하고 남의 나라 섬으로 끌려갔다
하나는
제 명에 살지 못하고 총에 맞아 술잔에 코 박고 쓰러졌다
하나는
제 집에 살지 못하고 절간으로 쫓겨났다

대통령이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그 한 사람으로
나 태어나고 자라고 마흔 몇 해
나는 왜 나를 친애까지 했던 그들을
이를테면 이아무개 박아무개 전아무개 같은 이들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사기꾼 폭력배 정상배 매국노 반역자…
그 따위 이름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하는가
혹시는 내 입이 워낙 더러워서 그러는 것일까
혹시나 내 출생이 워낙 천해서 그러는 것일까

나 태어난 이 강산에서
아름다운 이름의 대통령 하나 갖고 싶다
나 죽어 이 강토에 묻히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의 대통령 하나 갖고 싶다
자본가들 정치헌금이나
주둔군의 총구에서 튀어나오는 그런 것이 아니라
산과 들에서
공장에서
조국의 하늘 아래서
흙 묻은 손과 땀에 젖은 노동의 손이 빚어낸
그런 대통령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