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식도 열지 말고
지은 책들도 모두 절판하라곤
열반에 든 법정 스님은
생전 하루 한 가지씩만 버리며 살자 했다 한다

비슷한 때 다시 본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반대로 하루 여섯 가지씩 이루어질 수 없는 꿈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빌자고 한다

두 이야기 모두 내겐 절실해
먼저 오늘 버릴 한 가지를 떠올려본 후
오늘 가질 꿈 하나를 빌어보기로 했는데
오늘 버리고 싶은 그 한 가지가
내가 오늘 가장 이루고 싶은 한 가지다

이룰 수 없어도
버릴 수 없는 것은 어떡해야하는지
그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2010.8월,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