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다 사라지는 이들은 모두 모퉁이를 돌아간다 그가 떠날 때도 그랬다
모퉁이는 매일 궁금해졌다 모퉁이의 안부를 물었지만 저마다 관절이 쑤신다며
대답을 회피해버렸다 나의 회전 각도는 모퉁이의 숨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한다
그날부터 왼손 무명지 두 번째 관절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모퉁이는 뾰로퉁 튀어나온 입으로 툴툴거린다 사고가 나면
휙 고개를 꺾어 냉큼 안쪽으로 웅크린다 모퉁이는 정말 사고뭉치다 지루한 길을
보면 달려들어 허리 젖히고 기지개를 펴라한다 좀 속력을 낼라치면 갑자기 뛰어들어
심각한 종점따위의 질문을 주기도 한다 그때마다 삶은 급회전하는데 편안한 길의
옆구리만 찌르고 다니는 모퉁이를 버스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급정거하는 자국들이

모퉁이 안쪽을 잘라버리면 모퉁이는 아픈 몸을 잔뜩 웅크리고 꿈틀거린다

 

모퉁이는 언제나 상처투성이다. 옹이처럼 주먹을 쥐면 왼손 무명지 두번째 관절이
신음소리를 낸다. 잘 굽어지지 않는 관절 안쪽. 진한 바퀴자국처럼 손금 두줄이
그어져 있다. 상처로 주름진 기억. 모퉁이를 부드럽게 돌 줄 아는 말줄임표 같은
버스는 없을까? 부은 관절에 통증이 가시면 그는 돌아오리라.
다시 모퉁이를 돌아 조심스레 무명지를 구부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