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애매미 소리다 여름,
뻐꾸기 한 마리 저만큼 전봇줄 위에 앉았다
그렇게 목 매는 것이라니 바람을 불러 모은 미루나무 작은 잎새들
일제히 흔들린다 모든 것들 내일을 향해 달려간다
개울가 딱 하루만 피었다 지는
각시원추리가 기다리는 첫날밤은,
주황빛 꽃불을 끄고 차린 신방을 엿보고도 싶은데
엿보고 말았다 꽃잎의 빗장을 닫은 그 방 뚝 떼어 들췄더니

거기 글쎄 아그그그
아그들아 애들은 가라 눈을 감아라
그런 것이 아니라
각시원추리의 신방 속
아직은 작고 여린 별 하나가 막 잠들고 있었다
꿈꾸는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끊임없는 것, 기약하는 것,
삶이 그럴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의 사랑도 그럴 것이다
내 사랑도 그럴 것인가
아니다 나는 틀렸다

 



시집 <적막> 창비.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