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넘어 부임해 간 학교가 경기도의 어느 황량한 들녁 끝 산기슭에 있는데

캠퍼스를 감고 나가는 작은 강이 온통 검다

상류쪽에 미군 비행장이 있는 데다 주변에 이런 저런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 탓이리라

수업 없는 시간에 강뚝을 거닐곤 했는데

악취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그래도 수면은 검게 썬팅한 거울 같다

그 위로 남양에서 거슬러 온 큰 물새가 희디 흰 제 그림자 날개를 끌고 저공비행할 때면

이 지옥도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여울이 지는 물가쪽에 흰 거품들이 솜집에서처럼 부풀어 올라 바람에 날려다니기도 하지만

먹고 배설하고 섹스하고 돈 벌고 싸우고 토론하는 육체의 움직임

그것의 덧없는 흐름을 어느 순간에 정지시키면

그게 어떤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發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