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는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 꽁지 만하다
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래 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 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았다 겨울 빨래는 말라간다
삶도 때로 그러하리
언젠가는 저 겨울 빨래처럼 뼈를 세우기도 풀리어 날리다가
언 몸을 감싸주는 따뜻한 품안이 되기도 하리라
처마 끝 양철 지붕 골마다 고드름이 반짝인다
지난 늦가을 잘 여물고 그 중 실하게 생긴
늙은 호박들 이 집 저 집 드리고 나머지
자투리들이 슬슬 유통기한을 알린다
여기저기 짓물러간다
내 몸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호박을 자른다
보글보글 호박죽 끓어간다
늙은 사내 하나 산골에 앉아 호박죽을 끓인다
문밖은 여전히 또 눈보라
처마 끝 풍경소리가 나 여기 바람 부는 문밖 매달려 있다고,
징징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