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없는 자를 위해서는 열리지 않았다

 

나는 빈 방에서 바람 소리를 들었다

가끔 창문 틈새를 기웃거리는 전조등이

시린 눈두덩을 더듬고 지나간다

 

휴대폰 수신메시지를 누른다

-수신함이 비어있습니다.

나는 한 발 더 멀리 세상 밖에 있구나

 

어둠은 빗장 걸린 세상에 몸을 풀고

겨울바람에 짓눌린 도시의 밤안개는

시방 내 앞에서 찾잔 속에 졸고 있다

 

마감 뉴스도 끝난 지 오래

거실 소파 한 켠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신문이

현기증으로 누워있다

위로의 말 한 마디 싣기도 힘든 모양이다

 

‘전국에 독감 비상’

따끔하게 꽂은 주사바늘

바늘로 치유될 병이 아닌데

 

사랑

결핍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