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내 뜰 안을 팽팽하게 채운 안개
닦으면 닦을수록 일어서는 투명한 벽
잊고 산 얼굴 하나가 물방울로 흘러내리고

밖은, 갓 헹구어 낸 빨래 같은 풍경들
바람 따라 도막도막 박음질로 수런대고
눈 끝엔 절단된 산맥 성큼성큼 매달린다

빗물 또는, 폭설에도 지워지지 않은 문신
갈아 끼운 계절 따라 왜 혹처럼 돋아나는지
아직도 등을 맞대고 선 왼손과 오른손

차라리 내 몸에 걸친 불을 꺼 보았다
길은 사방으로 더 선명하게 뻗어 있고
마침내 무너진 벽으로 달빛 가득 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