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시겠지요.
겉대나 속대나 싸잡아서
배추통만 싹둑 도려내어
겨우 밑동만 남은
씨도리 배추,
두었다가 씨앗을 받으려고
내버려 둔
배추꼬랑이예요.
내가 겨우내 꽁꽁 언 채
눈으로 목을 축이며
밭에서 견디는 것은
내년 봄에
노랑물감 같은
장다리꽃을 피우기 위해서지요.
왜라니요,
꽃을 피우지 못하면
살았다고 할 것이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