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본다.
바람이 불고 있다.

 

한참 있다가 또 내다본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흔들리는 나뭇가지
흔들리는 이파리들.

 

어른거리는 시간의 얼굴
바람의 움직임을 깊게 한다.
그림자들
어른거려
바람의 움직임은 깊다.

 

슬픔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슬픔이 움직인다.
바람의 그림자.

 

 

 

 

-시집『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