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