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론은 목계강 하류 어디쯤
초여름 붉은 강물을 따라가다 만난 곳이니
하류의 작은 마을일 것이다
가슴에서 나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가을 건너고 겨울 건넜다
나는 그 긴 계절을 부론에 머물고 있었다
부론에 눈발 날리고 까마귀들이 날았을 때
부론의 붉은 하늘이
언 강 껴안고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목계강은 겨울 내내 쩡쩡 소리를 내며
부론을 불렀으나
부론은 강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강물 가득 부론 담았던 목계강은
더 깊은 소리로 부론을 불렀다
부론은 지상에 없었다 부론은
내 가슴에 남아 쓸쓸히 낡아갔다
나는 부론을 떠나고 싶었으나
지상에 없는 부론은 출구가 없었다
나는 부론에서 길을 잃었다
부론은 내 몸의 오지였다

 

 

 


김윤배 시집 " 부론에서 길을 잃다(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