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바람은 그치고

오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어제의 바람은 꽃잎을 지게하고

오늘의 바람은 나뭇잎을 흔든다 


비바람 속의 흔들리는 나무여

비바람 속에 흔들리는 초목이여 


우리의 오늘도

우리의 역사도 무엇이 다르랴 


풍우 속에 나무는 상처를 지니고

설한 속에 나무는 무늬를 지니나니 


우리의 삶도, 우리의 역사도

비바람 없이 어찌 내일을 맞으리 


상처를 안은 나무여

바람 속에 나이테를 지니는 나무여 


어제의 바람은 그치고

오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어제의 바람은 꽃잎을 지게하고

오늘의 바람은 나뭇잎을 흔든다 

 

 

 

 

 

 

시집 <바다의 눈> 창비.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