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어린 노래가 있었다

담양에 가면 외항선을 타던 선배가 양담배를 피우며

항구의 노래를 들려주고는 했다

벽지 골방에도 시골 논둑에도

노래가 가득 차서 천지는 푸르고

기분 나면 읍내 관방천 토끼장까지 찾아가

흘러간 노래를 붙들고는 했다

생각난다 길이, 그 수많았던 길의 얼굴들이

가난과 독재, 실패한 연애의 계절에도

노래는 우거지고

나무도 잎새도 그 위의 하늘도

선율로 가득한 젊음이 끝나도

목 쉬어 우는 소멸의 노래가 다시 살아나

풀잎 시든 벼랑에도 메아리가 있었다

자살한 친구의 수첩에도 그 발자국이 있었다

세상은 가도 가도 악보의 지붕들 전봇대들 도로들

얼마나 먼 곳, 우브르항가이에서도

늙은 아낙네가 소녀 쩍에 배운 이별가를 부른다

아, 케이프타운 뒷골목 검은 황혼에도 사랑이 흘러  

노래는 내내 저물지 않고